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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리지널 캐릭을 위한 단문 24주제
3. 서표
「아방가르드(Avant-garde) : 기성의 예술 관념이나 형식을 부정하고 미지의 표현 영역을 개척하는 혁신적 예술을 주장한 예술 운동. 전위파라고도 불림. 군대용어로는 본진에 앞서 정찰, 선제공격을 가하는 소대를 일컬음.」
악마는 의자에 등을 기댄 채 그렇게 설명했다. 소녀는 예술 관념이니 혁신이니 하는 표현이 맞물린 그 설명보다는 마지막에 덧붙여진 군대용어에서 그 의미를 대략적이나마 어림잡을 수 있었다.
"선제공격... 왜 하필 예술 분야에 그런 단어가 사용된 걸까요..."
혼잣말같이 중얼거린 소년의 말에 악마가 퉁명스럽게 대꾸했다.
"그야 인간이 관련된 모든 분야 가운데 가장 활발히 변화하고 새로운 시도가 행해지는 게 예술 분야니까 그렇겠지."
"왜요?"
"글쎄...... 아마 책임이 상대적으로 덜 하기 때문이 아닐까."
소녀는 악마가 하는 말의 맥락을 따라잡을 수 없어 눈을 끔뻑거리며 여전히 등을 돌린 채인 악마의 뒷통수를 바라보았다.
"예술가란 것들은 내면에서 떠오른 여러가지 것들을 여러 수단을 통해서 표현하지. 하지만 그걸로 끝. 어지간해선 그 결과물에 대한 자세한 해설 따윈 남기지 않아. 그에 대한 책임은 그걸 감상하는 사람들에게로 떠넘기지. 거기에 더해 평론가라는 것들도 마찬가지야. '작품' 에 대해서 이러저러한 해석을 그럴싸하게 해 놓긴 하지만 결국 감상자들의 시야만 좁혀놓고는 그 해석을 통해 내 놓아지는 감상에 대한 책임은 지지 않지. 새로운 사조를 가장 먼저 받아 들이는 게 예술이고, 가장 나중에 받아들이는 게 교육 분야라는 말에서 그 성향을 뚜렷하게 알 수 있어. 교육은 뭔가 새로운 것이 도입되는 그 순간부터 그 수혜자에 대한 책임이란게 발생하거든. 특히 나이어린 인간에 대한 지적∙도덕적 영향을 크게 주는 만큼 무척 신중하지. 하지만 예술은 그렇지 않다 이거야. 일종의 배설물과도 같지. 아름답고 가치있는 배설물."
하고 내뱉듯이 단숨에 말을 마친 악마를 향해 소녀가 입을 열었다.
"...마치, 당신 같네요. 정작 주워와 놓고는 아무런 말도 해 주지 않는, 무책임한 악마."
악마가 고개를 돌렸다. 두 개의 자수정의 눈동자가 무수한 감정을 담아 그를 응시하고 있었다. 악마는 알 수 없는 이채가 담긴 붉은 눈으로 그를 잠시 마주 바라보았다. 그리고는 곧 다시 등을 돌렸다.
"나 바쁘니까 방해말고 나가서 놀아."
등 뒤로 항의의 시선이 느껴졌으나 결국 포기했는지 문이 여닫히는 소리가 들렸다. 악마는 펼쳐져 있던 책을, 서표를 꽂아 넣은 후 탁 소리 나게 닫았다. 그의 입꼬리가 조용히 올라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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